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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_이원하 시집(문학동네 신인선135)

봄로그 발행일 : 2020-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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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내내 추적추적 끊임없이 비가 왔다. 비가 오니 책 장에 있던 시집이 생각나 꺼내 들었다. 보랏빛 수국을 닮은 책한 권. 사실 시집은 관심이 없던 분야라 초중고 교과서에서 봤던 시집 외에는 읽어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부터 어느 순간 시집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나태주 시집과 드라마에서 봤던 김인육 시인의 시 등 서점에서 집중해서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요즘 시집은 예전의 시와는 달리 독자와의 소통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다. 어려운 문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공감할 수 있는 언어와 이야기를 담는 것도 요즘 트렌드에 맞는 시인 것 같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시집은 2018년 신춘문예에 등단한 이원하 작가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는 책이다. 표지의 색감부터 여름이면 움트기 시작하는 수국을 닮은 보랏빛이다. 시 한 편 한 편 읽으며 제주의 바다를 떠올릴 수 있었고, 보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볼 수도 있었다. 파트별로 작가만의 색깔을 담은 제목으로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하고 내용을 보며 서정적이고 단아한 언어 사용으로 깊이 있게 시를 읽을 수 있었다.

 

너무 쉽게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라 때로는 SNS에서 많이 홍보하는 이 책이 과연 작품성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다기 보다는 문장 하나하나 작가의 섬세함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제주의 풍경이 제주의 바다가 떠올리는 문장 하나하나가 편안함을 주기도 하고 낯설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마치 작가의 마음을 조용히 읊조려 주는 것 같기도 하고 주관적이면서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위로의 말은 없고 이해만 해주는

바람의 목소리

고인 눈물 부지런하라고 떠미는

한 번의 발걸음

이 바람과 진동으로 나는 울 수 있다.

 

 

 

시인은 문장 하나하나에 조용한 의미를 탐구했던 것 같다. 그저 감정이 흘러가는대로 두기보다는 그 감정의 의미를 천천히 살펴보며 깊이 있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다.

 

 

 

 

봄날의 꽃처럼

한철 잠깐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죠

 

올해는 오늘까지만 아름답다,

 

 

 

시와 산문의 경계를 무너뜨리듯 그 문장이 작가의 에너지를 느끼게 하기도 하고, 자연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자연에서 자유로 가는 길을 표현한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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